으레 많은 개발자들이 연말갬성을 뭉치고 모아 회고글을 쓰듯 나역시 23년 각오를 다지기 위해 뻘글을 써보고자 한다.

2022년은 경찰공무원에서 개발자로 이직에 성공한 뒤 맞는 첫 해여서 내게 굉장히 뜻깊은 1년이었다. 21년도엔 막연히 백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 CS와 알고리즘 등을 공부했지만 신입 공채직원 부서 배치 과정에서 안드로이드 부서로 배치되었다.
안드로이드를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는데 너무 뜬금없어서 당황했지만 돌이켜보면 프레임워크를 익히지도 않고 뭣 하나 구현한 것도 없는 신입 개발자가 무슨 패기로 백엔드 직군을 지망했는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21년 회고는 월별로 나눠서 진행했지만 올해는 월별이고 자시고 정신없이 몰려오는 대로 치워내느라 섹션 별로 나눠서 정리해야겠다.

1. 안드로이드 개발자
2월까지의 공채 적응 기간을 거치고 난 뒤(세상에 온보딩이 2개월이라니 생각보다 갓기업이었음...) 밴드, 카페를 개발한 Group& CIC에 배치를 받았다. 거기에 네이버에서 가장 최근에 생겼다고 볼 수 있는 Game부서였다. 게임 개발하나 싶었는데 게임 커뮤였다. 멘토와 리더와의 면담 때 최대한 어필한 점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백엔드를 지망했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아무것도 몰랐으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

초면에 납작 업드려서 그런지 사수와 리더님이 굉장히 케어를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정말 많은 배려를 받고 기초를 쌓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바로 개발하지 않고 코틀린으로 개발해야 한대서 안드로이드와 함께 코틀린까지 공부를 해야 했다.

  - Kotlin
"Kotlin in Action"이라는 책을 추천받았는데 JVM까지 고려하면서 공부하려니 진도가 너무 느렸다. 결국 람다까지만 보고 실습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ㅠ 아직 자바도 정리 못했는데 큰일이다. 그래도 제네릭을 제외하곤 실제 개발에 본격적으로 쓰이진 않는 내용이라 천천히 공부해보려 한다.

생각보다 언어가 직관적이어서 오히려 자바보다 더 코드가 간결해졌다. 앞으로 자바로 쓰인 앱을 건들 자신이 없어졌다. 리서치하면서도 자바 코드로 쓰인 포스트는 자연스레 뒤로 가기를 누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Android
안드로이드의 기본적인 시스템 공부를 위해 "Do it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with Kotlin" 도서를 잡고 외부 스터디를 주관해서 진행했다. 덕분에 어느정도 감이 잡히긴 했는데 아직 브로드캐스트 리시버와 콘텐츠 프로바이더 쪽 정리가 미숙해 23년 초에 정리를 진행할까 싶다.

사내 안드로이드 입사 동기들끼리도 스터디를 진행해서 Kotlin의 비동기 처리 수단인 Coroutine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깊이있게 스터디를 진행했다. 내부 레포에 정리한 자료를 사수님이 보시고 23년 RxKotlin으로 구현된 모듈을 Coroutine으로 migration하자는 목표를 꺼내셨다.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다...

대부분의 앱은 XML기반으로 작성된다. 하지만 Game 부서는 신생 서비스여서 사수가 Jetpack Compose를 시작부터 도입했다고 한다. 덕분에 Compose 초기부터 현재까지 발생했던 상당히 많은 버그들과 많은 커스텀 레이아웃들을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초기 Compose에서 제공하지 않던 기능을 위해 구현했던 방식이 지금에 와선 best-practice아닌 부분이 있어 리팩토링하겠다고 덤볐다가 머가리가 깨지고 있다... 역시 사수님이 그렇게 작성하신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ㅠㅠㅠ

2. 사이드 프로젝트
9월 즈음 지인과 함께 2인 1팀으로 진행을 했다. 그 친구는 기획/마케팅/서버를 담당하고 나는 클라이언트/디자인 담당이 되었다. 업무도 적응 못했는데 뭔 사이드 플젝이냐 생각이 들었지만 또 생각해보면 코드는 많이 작성할수록 좋고 구현하면서 안드로이드 시스템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약 3개월 동안 진행한 결과 쉽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더더욱 그렇다. 23년에도 가열차게 제작해봐야 결과지를 받아볼 수 있겠다. 일단은 계속 진행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섰다.

3. 가사노동(?)
동생놈이 공부를 개같이 못해서 부모님으로부터 SOS가 들어왔다. 한창 주가를 올리기 위해 굴러야 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되는 요청이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구제하지 못하면 60년을 살아가야 할 가족구성원 하나가 제 몫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내게 업보로 돌아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최대한 부담을 덜어야겠다는 생각에 머리를 굴린 결과 감독없이 일방적 보고체계만으로 진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들었다. 그리고 점검을 위해 주말 하루만을 희생해 매주 테스트를 제작/출제를 했다.
추석부터 시작했으니 약 3개월이 지난 결과 고1 3등급 수준의 지능에서 고2 3등급 수준의 지능까지 끌어올린 느낌이다... 국어 영어만 봐주고 있는데 1월부터는 한국사까지 추가해야 한다. 

4. 운동
몸을 축내면서 이직 준비를 하느라 이젠 진짜 몸을 움직여야 한다고 신체가 신호를 보내왔다. 마침 이사를 하고 난 뒤 단지 시설에 나?름 갖춰진 헬스장이 있어 가끔 출석도장을 찍었다. 처음에는 "진짜 답도 없네 ㅋㅋ" 싶었는데 몇 달에 걸쳐서 꾸준히 가다보니 생각보다 조금씩 적응하는 게 보여서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2월 즈음부터 다니기 시작했는데 요번에 보니 3개월 좀 넘는 107일로 기록되어 있다. 계산해보면 대충 1주에 약 2일을 운동한 셈이다. 생각보다 출석율이 저조해서 23년에는 200일 언저리로 다닐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프레임이 넓어졌다고 느끼는 게 한국 기준 100사이즈 티셔츠가 맞지 않아서 서양 기준 100이나 한국 기준 105를 입어야 찌셔츠가 되지 않고 공간이 남는 수준이 되었다. 23년 일정이 22년보다 바빠질 예정이지만 게임을 줄여서라도 가야지...

총평
21년은 네이버 입사가 주요 이벤트라면 22년은 신입 직원의 적응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생각보다 허비한 시간이 많다 생각했는데 꽤나 꽉 차 있던 한 해였다. 작년에도 제작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도 작년보다 조금이나마 나아진 느낌이라 기분이 나쁘진 않다.

23년은 대학원 복학이 예정되어 있다. 이직하고 22년 적응하느라 1년 휴학을 했는데 이제 영수증을 받아볼 때가 되었다. 자퇴를 할까도 싶었는데 지금 아니면 석사를 언제 따겠나 싶어서 복학을 결정했다. 딱히 관련없는 보안 전공이라 너무 많은 노력을 쏟을 생각은 없다.

결국 내년에는 위의 활동과 함께 대학원이라는 과업이 추가되었다. 가을 즈음에 번아웃 비스무리한 증상이 찾아왔었는데 23년에 그런 증상 없이 보내기 위해 다른 과제들을 쳐내는 효율을 올릴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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