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다소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작성하였다. 내 잘못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불합리한 제도장치라고 생각하기에 글을 써본다. 이전까진 그래도 약간의 국뽕과 국가관이 조금은 남아있던 사람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아무 미련없이 털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만약 과태료 처분까지 나오게 된다면 소송절차까지 진행해볼까 고민이다. 다만, 판례로 미루어보아 법 자체의 문제로 인해 과태료 부과를 철회하긴 어려워 보이니 그냥 적게 나오길 바랄 수밖에... 공무원으로 나라를 위해 일하다 생계를 위해 재취업하여 민간인 신분으로 전환된 사람에 대해 취급이 이리 미개했다니 어이가 없다.

사건의 시작

필자는 경찰 공무원으로써 겅위 직급으로 재직하다가 네이버 신입 공채 시험에 합격하여 현재 네이버 게임 앱 개발부서에 근무하고 있다. 으레 알다시피 공직자윤리법에 의거하여 재산등록의무자였던 퇴직 공직자는 퇴직 후 어딘가에 취직하려고 한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심사를 받은 후 취업해야 하며 심사 결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경우라면 제한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새롭게 취업한 기관이 기존에 했던 업무와 관련성이 없다면 문제가 없어야 함이 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한 가지 독소조항처럼 보이는 조항이 있다. 이에 대해 짤막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취업제한제도의 독소조항

제18조 제1항을 위반하여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을 요청하지 아니하고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한 사람에게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제30조 제3항 제2호).

개인적으로 재취업한 공직자의 업무 관련성 검증 프로세스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다만, 위 조항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미리 채용 담당자로부터 합격을 확답받고 사전에 취업제한 확인 신청을 하지 않고서야 대부분 퇴직 공무원들은 합격 확정 후 입사까지 길어야 2주 정도의 시간을 갖는다. 게다가 공개채용 시험으로 합격한 경우 다른 지원자들의 일정을 진행해야 하기에 취업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당사자는 고스란히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그 시간을 버려야 하고 간략하게 요약하거나 자료를 공유할지언정 특정 지원자를 위해 이미 지나간 일정에 대해서 챙겨주지 않는다.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합격 소식을 듣자마자 취업제한 심사 요청을 신청한 뒤 회사가 요구한 입사 일자에 취업한 경우 만약 취업하는 일자에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과태료 부과 대상자가 된다. 결국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 하더라도 손해를 감수하라고 국가 법령이 말하고 있다. 저 조항을 요약하자면 말 그대로 "괘씸죄"를 명문화한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위 조항을 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취업 절차를 진행한 이후 심사를 받더라도 업무 관련성이 없으면 문제없는 것 아닌가? 라고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의 현실이 이러하다. 업무 관련성이 없어 "취업 승인" 판정이 나오더라도 이미 확인을 요청하지 아니하고 제한 기관에 취업했으므로 어쨋건 부과 대상이다.

열악한 퇴직 후 취업제한 여부 확인 안내 절차

심지어 취업 심사 요청을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특정 양식을 작성한 뒤 전달해야 한다. 서류들은 본인과 취업 기관이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웃긴 점은 이러한 사실을 취업한 이후 4개월이 지나고서야 심사요청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전 소속기관 청문감사관실로부터 연락을 받아 알았다는 점이다. 적어도 퇴직할 때 제출할 양식정도는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건 전혀 받은 바 없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 문자로 전달해주고 연락이 없다가 이제서야 감사결과에 기록이 되니 당사자에게 과태료 대상자라면서 사유서까지 작성받았다.

공직윤리위원회 사이트에 가서 관련 양식을 다운 받아서 처리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물어볼 수 있겠으나 관련 양식을 다운받아서 보면 어느 공직윤리위원회로 송신해야 하는지 OO로 처리되어 있다. 결국 당사자가 직접 발품을 뛰어서 찾아봐야 한다는 소리이다. 업무와는 전혀 관련없이 본인의 노력으로 공채 시험에 합격하였는데 "무사히" 합격하기 위해 정부 기관에다가 발품을 뛰어가며 확인해달라 읍소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론

저렇게 법률을 만든 것으로 보아 뭘 하건 본인에겐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예정이고 그게 꽤 많은 액수일 것임이 자명하다. 솔직히 3개월이 지나고서야 취업제한 확인 요청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필자의 잘못이 없다고는 못하겠으나 합격사실을 듣자마자 신청했어도 높은 확률로 과태료 부과 대상자가 되거나 고스란히 신입 적응을 위한 온보딩 기간을 날려야 한다는 점이 너무나도 화를 주체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나마 털끝만큼 남아있던 애국심과 국가관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었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 중에 필자 앞에서 국가관과 사명감, 애국심을 들먹인다면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을까 싶다.

막연히 미국 기업으로의 이직과 영주권 취득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더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한국이라는 국가에서 얻을 수 있는 혜택만 열심히 취하는 성실한 얌체족으로 흑화할 듯한 기분이다.

진행상황

이 글을 작성한 게 지방경찰청으로부터 취업제한심사 관련 소식을 듣고 분노에 찼을 때였는데 저번주에나 취업심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확히는 6월 24일에 심사가 완료되었고 제게 통보된 건 6월 29일이군요. 지방경찰청에서 저와 관련된 서류를 취합하느라 4월 19일이 아니라 거의 25일 쯤에 심사 신청이 되었을테니 사실상 2달 가까이 소요되었네요. 결국 제가 직접 12월 중순 합격 소식을 받자마자 심사 신청을 했어도 심사 결과가 나오는 시점은 거의 2월 중순일겁니다. 물론 심사결과는 "취업 가능"이었습니다 ㅎ...

네이버 공개채용은 굉장히 관대한 편이라 6개월은 유예시켜주긴 합니다. 다만 이는 졸업을 앞둔 학생을 위해 운영하는 지침으로 저처럼 굳이 학업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유예할 이유가 전혀 없죠. 즉, 저는 취업심사 결과가 가능하다고 확신함에도 하반기 채용 합격자였던 저는 심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사실상 2달이 걸리기 때문에 입사 유예를 신청하여 상반기에 입사하거나 하반기 초반 신입사원 적응을 위한 2개월의 시간을 고스란히 허비한 채로 입사를 해야 합니다. 사실상 이게 가장 불합리한 점이 되겠네요. 사후 심사 결과로 "취업 가능" 결과가 나오더라도 결국 신청한 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취업했으니 법령 위반 대상자가 된다는 점이 어이가 없습니다 ㅋㅋ 이걸 우리는 "괘씸죄"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씨발롬들아...

확인서 말미에 법령 위반 대상자이니 법원에 과태료 처분 대상자 통보했다는 문구가 이렇게 열뻗치게 만들다니 재주가 좋네요 아주 ㅋㅋ 과태료 부과에 이의 신청 하려면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해당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니까 처분 소식 나오고 금액에 따라 얌전히 내야할 지 이의신청을 할 지 지켜봐야겠군요. 저보다 앞서 카카오로 이직하셨던 선배도 과태료 처분 대상자였다던데 금액이 얼마인지 들어나봐야겠어요. 월급이 매달 350정도 되는지라 3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과태료 1천만원 풀로 때리지 않을까 걱정되긴 하네요 ㅋㅋ 해당 사안은 정치권에서도 굳이 관심가질 사안은 아니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암울합니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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